우리 일행이 연속 열흘 동안의 여행피로를 무릅쓰고 만선산(万仙山)풍경구 대문어구에 당도했을 때는 지난 4월 27일,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한 때였다.

찬란한 석양빛이 맞은편의 천산만 봉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그 경치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눈앞의 황홀한 풍경에 우리는 격동되고 흥분되는 심정을 걷잡을 수가 없어 차가 멈춰서기 바쁘게 카메라를 손에 들고 뛰어 내려 기총소사 하듯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얼마쯤 지나가니 산으로 오르는 좁은 길이 오불꼬불 하고 그 밑으로는 깎아지른 뜻한 만장절애였다. 절벽 밑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생각에 조여지는 가슴을 부여안았다. 한참 더올라가 보니 벼랑위에 자그마한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기적의촌－곽량촌(郭亮村)이였다．　

곽량, 처음 들어서 그런지 마을 이름은 사람의 이름 같았다.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안내하던 친구가 이 촌의 이름이 바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한말년 농민봉기군의 수령 곽량이 인솔한 농민봉기군이 왕망 왕조와 싸우면서 이곳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하여 곽량촌이라고 지금까지 불러왔단다. 곽량촌은 해발 1,２９７ 미터이고 산서와 하남 두 성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산이 높고 절벽이 험하며 협곡이 깊고 밀림이 우거져 있다.

곽량촌에는 지금 ８０여 호에 ３００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성이 신(申)씨이다. 원래 신씨 가족은 원조말기 남경에서 벼슬을 하였었다. 명조초기에 주원장이 북경을 청산하면서 신씨 가족들을 청해로 고역을 보냈다고 한다. 청해로 가던 도중 산서에 이른 신씨 가족들은 제각기 헤어져 도망쳐 버렸다. 그때 일부분의 신씨 가족들이 태항산 오지인 지금의 하남성 휘현시 사요향 곽량촌에서 은거 생활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산 홍수에 집이 무너지는 등 촌민들이 자연재해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촌민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다시 무너진 집을 보수하면서 굳건한 의지로 고향마을을 지키며 살아왔다. 지금까지 오직 한 사람만이 20세기 60년대에 참군하여 곽량촌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한다.

협곡의 가장 좁은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이 조각달만 해 보인다. 절벽 길은 암석을 쪼아 동굴을 파거나 혹은 돌무지를 쌓아 만들었는데 마을 밖으로 통하는 유일한 옛 길이였다. 하여 곽량촌의 사람들은 대대손손 산속에 갇히어 세상과 거의 동떨어져 살았다. 아침이나 저녁의 해살을 받을 때마다 홍암절벽은 붉은색을 띄면서 더 한층 신기하게 보인다．

석굴 길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벼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드러냈다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 동굴 길을 곽량동(郭亮洞)이라 부르기도 하고 절벽장랑（绝壁长廊）이라고도 한다. 그 시대에, 그런 장비로, 이렇게 웅장한 공사를 설계하고 준공시켰다는 것은 실로 곽량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이었으며 인류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절벽장랑을 세계 팔대기적이라고 한다. 웅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층암절벽, 무시무시하면서도 자연미를 듬뿍 담은 대협곡, 곽량촌 사람들이 천신만고로 이루어낸 절벽장랑, 자연의 조화와 인류의 지혜가 집결된 이곳은 절경이고 기적이었다．

건축자재는 모두 현 지방에서 구한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돌로 담을 쌓았다. 그중 한 집은 대문이 동쪽으로 향했는데 대문 앞 ３미터 밖이 바로 １３９미터 깊은 홍암절벽이다. 조심하지 않다가는 갑작스런 돌개바람이 휙 불어쳐도 만장절벽 밑으로 날려갈 것 같은 공포감이 생긴다.

돌집들은 오랜 풍상에 시달렸지만 변함없이 반듯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주인들이 살고 있다. 돌집들은 단층짜리도 있고 ２층짜리도 있는데 지붕에 청기와를 씌워 소박하면서도 옛날풍격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그 지역의 가옥풍격이 돌출하였다. 곽량촌의 독특한 옛 돌집들은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곽량촌이 자리 잡고 있는 층암절벽대협곡은 천지조화로 조각해낸 기적적인 대자연의 예술품이다. 또한 곽량촌의 옛 집들은 옛 사람들이 두 손으로 창작해낸 건축예술작품이며 물질문화유산이다. 그리고 곽량촌의 절벽장랑은 20세기 70년대 곽량촌 사람들의 헌신적, 창조적 정신이 깃든 인간 기적으로 천추만대에 전해갈 것이다.

지난날 대대손손 빈곤했던 곽량촌은 바야흐로 부유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집집마다 여관이고 음식점이다. 사면팔방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옛사람들은 그 당시 곽량촌이 오늘날 이렇게 천하명승으로 부각되리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선배들이 나무를 심어놓으면 후배들은 그늘아래 바람을 쏘인다.”는 속담이 곽량촌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와 풍속으로 하여 많은 국내외 미술가, 촬영가와 미술학원생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흡인하고 있다. 그리고 “청량사의 종소리”, “지평선을 벗어나” 등 ４０여부의 영화, 텔레비전 극을 이곳에서 촬영하여 곽량촌은 “중화제１영시촌”（中华第一影视村）이라고 불린다．

중앙미술학원, 광주미술학원 등 300여개 예술학원, 예술학교와 촬영가협회에서 만선산풍경구를 사생화기지, 촬영기지로 선정하였다. 곽량촌 주위에는 홍룡동, 백룡동, 흑룡동 등 동굴이 여러 곳 있는데 동굴 안에는 천자백태의종유석들이 억만년의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천지, 련화산, 함천, 화산선인 등볼만한 곳들이 ２０여 곳이나 되는데 계절에 따라 이색적인 풍경이 사람들을　도취시킨다. 만선산(万仙山)풍경구는 중화영시촌-곽량촌, 청유산향-남평, 인간선경-라저채 등 세 곳의 풍경구로 조성되어 있다. 만선산풍경구는 남태항산풍경의 전형적인 대표이고 태항산의 혼을 집중 체현한 곳이다.

/리 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