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이 | 2019/07/04 14:05

       

 

사람마다 자기 마음속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추호의 아낌도 없이 전부의 사랑을 나에게 쏟으며 일체는 나를 위해 ‘복무’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상에 앉아보면 꼭꼭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들이 밥상에 차려져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중복되는 날이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의 옷을 깨끗이 빨아주고 나의 방을 깨끗이 정리해주고 내가 아플 때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약을 챙겨준다, 이불을 덮어준다, 물을 먹여준다, 병원에 데려간다 하면서 분주히 돌아칩니다. 이렇게 할머니는 일 년 사시절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기를 헌신하여왔기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곁에 없었던 나였지만 엄마가 곁에 있는 친구들 못지않게 안온하고 평온하며 외롭지 않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의 마음속 든든한 기둥이셨던 할머니가 작년 8월 달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할머니가 많이 허약해지시고 또 매일 어깨뼈가 아프셔서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면서 고생하셨는데 이런 할머니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바늘로 쑤시듯 아팠습니다.

 

그 때면 할머니는 나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할머니는 괜찮다. 이탁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아프지 않단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이를 악물군 하십니다. 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할머니가 더욱 안스러워 나는 “이젠 제가 할머니를 위해 복무하겠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어찌하면 할머니의 아픔을 덜어드릴까 고민하던 중 할머니께 핸드폰유희를 추천하였습니다. 이 게임은 한 칸 한 칸 정확하게 뛰어서 점수를 따내는 것인데 하루, 이틀, 사흘. 날이 갈수록 할머니는 거기에 재미를 붙이셨습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고통을 잊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날이 갈수록 새로운 근심이 생겼습니다. 할머니가 게임에 너무 푹 빠지셔서 온종일 시간만 있으면 게임을 노시는 것 이였습니다.

 

나는 할머니가 눈도 나빠지고 신체에도 더 해로울까봐 엄청 걱정이 되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 좀 적게 놀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의 말이라면 언제 한번 들어주지 않을 때가 없던 할머니가 처음에는 건성으로 대답하시고는 나를 피해서 계속 놀았습니다. 내가 여러 번 권고하니 버럭 성을 내시면서 “알았으니 잔소리 그만해.”라고 하시고는 계속 노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런 할머니가 놀랍기는 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할머니 앞에 마주앉아 차분하게 “할머니, 할머니는 언제부터 이렇게 고집불통이 되셨나요? 오래 놀면 신체에 해롭다는 것을 몰라요? 제가 할머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화를 내세요? 그럼 저도 앞으로 할머니처럼 고집불통이 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할머니는 흠칫 놀라시더니 인차 놀던 게임을 멈추고 “우리 손녀 말이 맞구나. 이 할머니가 잘못했네. 그럼 네가 할머니 부탁을 들어주면 놀지 않을게.”라고 하시였습니다. 나는 얼른 “네, 할머니, 무슨 부탁인지 말씀만 하세요. 제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자신 있게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나보고 우리 사이에 있은 일을 작문으로 쓰면 게임을 적게 놀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할머니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였습니다. 아마 이것이 내가 할머니를 위하는 조건이고 할머니가 나를 위하는 조건으로 교환된 일일 것입니다.

 

내가 작문을 써서 할머니께 보이니 할머니는 그 후부터 아예 게임을 끊으셨습니다.

 

나를 위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재미나는 게임도 딱 끊을 수 있는 동력이 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나의 고집불통 할머니를 한없이 사랑합니다.

 

지도교원: 서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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